[2023.10.2.]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uter Vision (ICCV) | |||
작성일 | 2024-02-29 | 조회수 | 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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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ICCV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국제 컴퓨터 비전 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uter Vision)인 ICCV는 컴퓨터과학 분야 최고 수준의 학회입니다. 회당 약 1200편의 논문이 투고되며 채택률은 약 20% 정도이고, 구술 발표에는 4% 정도가 초청된다고 해요. 본 학술발표는 4일간 진행되며 전후로 2일씩, 4일간 초청 강연,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2023년은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열렸어요. 이 학회를 세계 최고 멋있는 교수님과 석사 1명, 학부생 3명이 다녀왔습니다. 약 8개월을 울며불며 쓴 논문이 ICCV 워크숍 구술 발표에 붙어버렸기 때문이죠!! “올해 10월에 교수님이랑 성훈선배, 인환선배, 현준선배랑 파리에 갈 거예요!”
2023년 1월에 열린 연구실 신년 세미나에서 장난처럼 발표한, ICCV 메인 포스터에 우리를 냅다 합성한 장난스러운 사진이었습니다. 코딩도 제대로 돌려본 적 없던 제가 장난기는 가득했지만 사뭇 단호한 표정으로 발표를 하니 교수님께서 싱긋 웃으시며 “무조건 갈 수 있지”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겨울방학 2달 동안 평생 처음 보는 코딩 언어가 너무 어려워서, 매 순간 얼마나 스스로가 부족하고 못하는지를 마주했어야 했습니다. 매일이 막막함과 답답함으로 뒤엉킨 하루라 막차가 끊겨도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던 그 무거운 마음을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2시간인 거리에 눈물로 뚝뚝 흘려보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집 앞에 도착해서야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는 말을 주문처럼 읊으며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함께한 선배들도 저처럼 코딩을 이번에 처음 해보기에, 또 그 와중에 저까지 챙기시느라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코드 몇 줄이 당시에는 며칠을 붙잡아도 해결되지 않는 숙제였고, 결과라고도 할 수 없는 사진 몇 장에도 아주 큰 걸 해낸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그렇게 매일을 버텨낸다는 마음으로 방학을 보내니 저는 어느새 개강을 맞이한, 즉 학부 생활까지 소화해내야 하는 3학년이었습니다. 정말 3월부터 7월까지는 모두가 집에서 잔 기억이 없을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며 하나의 주제를 잡고, 이에 대한 가설을 세우며 온갖 실험을 하고, 틈틈이 우리의 아이디어와 겹치는 연구는 없는지 리서치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연구 결과는 늘 예상과 다르게 나오고, 다시 방향을 새로 잡고, 또 그 방향에 문제가 생기고의 반복이었습니다. 매일 밤을 새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 연구실에 모여 밤새 해결책을 찾다 수업을 가고, 씻지도 않고 다시 연구실에 모여 실험을 하고, 한글로도 쓰기 어려운 논문을 영어로 쓰고, 9시간 알바를 하고 와서도 또 밤을 새우며 위의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오죽 연구실에만 있었으면, 연구실에서 사진을 찍으면 휴대폰 앨범에서 자동으로 ‘집에서의 추억’으로 분류하더라고요.
책상에 잠깐 엎드려 잠을 자거나 연구실 바닥에 냅다 누워 선잠을 자기도 하고, 애꿎은 코드에 화풀이를 하기도 하고, 공항에 쪼그려 앉아서도 코딩을 했습니다. 몇 번이고 실패와 좌절을 겪을 때마다 교수님께서는 괜찮다고, 그 답답함을 공부의 동력으로 삼으면 된다고 포기만 하지 말자고 하셨어요. 그리고 정말 교수님은 처음 만난 그날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코딩과 수학, 그 외의 제가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가르쳐 주시는 데 있어 제 답답함이 없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려워하면 괜찮다 다독여 주시고 저도 긴가민가한 작은 성장을 그 누구보다 칭찬해 주셨어요. 어쩌면 교수님께서 포기하지 말자고 하셨던 건 논문도, 학회도, 공부도 아닌 우리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몇 주, 아니 몇 개월 만에 그럴싸한 결과가 나와서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마음으로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물론 이 실험 결과도 결국 얼마 안 가 못쓰는 결과가 됐지만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밤새운 몰골이 너무 지저분해서 얼굴은 가렸어요..ㅎㅎ)
아무튼 정말 간절했습니다. 파리에 가는 것보다, 그러니까 학회에 붙는 것보다 우리의 첫 연구를 완성시킨다는 게 더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너무 부족해서 학회에 제출조차 못해보며 느낀 패배감을,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구현조차 못하고 있을 때 느낀 무력감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꾸역꾸역 완성시킨 우리의 논문은 Video의 motion정보를 통해 기존 text 기반의 video 편집 방법을 강화시키는 모델을 보였습니다.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제출 마감 10분 전까지도 논문을 수정하며 연구를 마무리 짓고,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조차 잊고 있을 때쯤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이제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요. 인공지능을 배운 지 1년 남짓 된 학부생 3명과 석사 1명, 그리고 제일 고생하신 교수님이 그렇게 꿈꾸던 ICCV 학회장에, 파리에 가게 생겼습니다. 그것도 구술 발표로 말이죠. 미리 자랑 좀 해보자면, 저희 발표 뒤에 베어 연구진과 구글 연구진이 발표를 했습니다. ICCV 학회장은 대단했습니다. 공항 입구에서도 학회를 방문한 사람들을 반기는 포스터를 볼 수 있었고, 학회장 입구에서도 그 위엄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포스터 발표를 하고 있는 저와 인환선배, 구술 발표를 하고 있는 성훈선배, 그리고 그런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시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신 교수님입니다. 그 큰 학회장을 빼곡하게 채운 수많은 논문들과 연구자들이 보여준 열기는 작은 제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처음으로 존경하는 교수님과 선배들이 없어도 이 분야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진 것 같습니다. 동경하던 인공지능의 대가도 만나보고,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 분들과 서로의 논문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다 종종 한국에서 온 연구자들도 만났는데, 그럴 때마다 듣는 얘기는, “부경대학교.. 석사도 아닌 학부 3학년, 국어국문학과..? 도대체 이 학회에 어떻게 오신 거예요?”였습니다.
저도 놀랍습니다. 어떻게 왔을까요? 정말 힘들었던 감정만 생생하게 떠올라 어떻게 왔냐는 물음에 제대로 답변은 못했습니다.
혹시 글의 서두에 있던 사진 기억하시나요?
약 8개월을 그렇게도 간절히 원했던 장면을 이렇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몇 번을 실패하고, 좌절할 때마다 ICCV 메인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다 잡았으니까, 다 같이 손을 모아 파이팅을 5번씩 외쳤고, 오죽하면 꿈에서도 나왔을 장소니까 실제로 눈에 담은 이 풍경은 평생을 걸쳐 본 장면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감동적인 풍경이었습니다.
파리에서 2주 동안 정말 말도 안 되는 풍경과 사람들을 마음에 새기고 눈에 담았습니다. 하루 종일 연구하던 짬바로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파리의 하늘에 비행기가 그렇게 많은 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매일이 꿈같기만 한 하루였습니다. 너무 행복한 기억은 감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도 아깝다는 걸 태어나 처음 느껴봤습니다. 덕분에 파리에서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SNS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에서 처음 보여드리는 사진이지만, 많이는 못 보여드리겠어요!
파리를 갔다 온 뒤로 이 분야를 생각하면 괜히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분명 파리가 주는 낭만도 한몫하겠지만, 그 학회장에 모인 연구자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는 부디 저도 이 분야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게 했습니다. 덕분에 파리에 갔다 온 뒤로 부족한 기초를 배우기 위해 겁도 없이 응용수학과 수업을 들으며 난생처음 선형대수를 배우고, 말도 안 되게 어려운 확률과 통계를 배우고, 파이썬의 기초가 되는 C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성적 장학금은 포기했습니다..ㅎㅎ)
1년 동안 제가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코딩은 어렵고, 논문을 이해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막막함과 답답함이 뒤엉켜 눈물만 나오던 예전과는 다르게 명확히 제 마음을 알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저는 마치 교수님처럼, 또 학회장의 연구자들처럼 이 분야에 걸맞은,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실 이번에 다녀온 학회를 준비하면서도 NeurlPS, WACV CVPR 등 많은 탑티어 학회에 도전했고, 떨어진 것은 물론 학회의 벽만 잔뜩 느낀 채 제출조차 못 해본 학회도 많습니다. 이런 날들을 통해 알게 된 건, 생각보다 학회에서 떨어진 건 슬프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내 최선이 고작이라는 상황이 가장 무섭고, 슬픕니다.
갔다 온 파리가 꿈이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말도 안 되는, 제게는 과분한 경험인 건 맞지만 2023년은 하루도 최선이지 않은 날은 없었다고 이것만은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올겨울, 다시 한번 학회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도전하는 학회, ECCV도 결코 만만하지 않기에 붙을 자신은 없지만, 다시 한번 그 최선을 다해볼 자신은 있습니다. 부디! 내년 이맘때쯤, ECCV를 갔다 온 후기로 다시 한번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환선배가 늘 제게 주시는 가르침입니다…
멋진 세상을 보고, 배우고, 꿈꿀 수 있게 해 주신 공경보 교수님과 그 꿈을 같이 키워간 성훈선배, 인환선배, 현준선배께, 또 1년을 빼곡히 응원해 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작성자 : 추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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